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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 사연 - 이식수혜자(오수진 님)

관리자 | 2021-04-14 | 조회 2464

<2018년 심장 이식수혜자 : 오수진 아가다 기상캐스터>

 

 

저는 2018년에 뇌사자로부터 심장을 이식받은 이식 수혜자입니다.

 

입원하게 됐을 때 저는 결혼을 2주 앞두고 있었습니다. 감기 같은 것에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증상이 갑자기 심해져서 그 길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심장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 때문에 장기들도 기능을 잃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서 저는 의식이 없어져서 사실 그 당시의 일들에 대해 별로 기억이 없습니다. 급박하게 나빠졌던 그 때의 일들에 대해서 나중에 가족들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정되어 있는 대로 결혼식을 진행하기는커녕 하루가 다르게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다고 해요. 그러던 중에 저희 아버지께서 남편에게, 굳게 한 마디 건네셨다고 합니다. ‘자네, 우리 수진이를 떠나도 되네.’ 라고요. 평생 저만을 끔찍이 아끼시는 저희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굳이 그런 말씀을 꺼내신 것은, 물론 희망을 절대 놓지 않으셨겠지만, 한편으로 여러 가지 마음의 준비를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 당시 예비 남편이었던 지금의 신랑의 앞길에 지금의 상황이 누가 되진 않을지, 혹은 죄책감의 멍에가 씌워지진 않을지 걱정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때 남편은 제가 수진이를 구하겠다고, 그렇게 아버지께 대답했다고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과 남편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대화를 나누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저를 구하겠다는 남편의 마음과는 다르게 그 때에는 남편도 의료진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고, 모두가 기적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저는 저에게 맞는 심장을 만나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기적 덕분에 오늘 여러분을 뵐 수 있게 되었죠.

 

저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식 대기자 상태로 삶을 마감하는 많은 분들에 비하면 정말 운이 좋은 게 맞겠죠.

저희 부모님과 남편도 어찌 보면 운이 좋은 걸 겁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아주 큰 시련 일텐데, 그 시련을 겪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 지금은 압니다. 저에게 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던 이 심장 이식이라는 큰 사건이, 사실은 용기 있게 기증을 결정한 기증자, 그리고 기증의 순간에 실제로 결단을 내렸던 가족들의 마음이 만들어 주신 기회라는 것을요.

 

제가 받은 건 단순히 심장 하나가 아닙니다.

공여자님께서 세상에 주신 것도 단순히 장기 하나가 아닙니다.

없었을 수도 있는 지금 매 순간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는 것,

충분히 삶을 느끼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그런 밀도 있는 삶을 사는 것. 이 건강한 삶의 모습까지도 선사해주신 것이죠.

 

이 뿐만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스로는 절대로 구할 수 없었던 그 상황을 겪고 나니까, 제 삶이 온전히 저의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증자와 기증자의 가족의 따뜻한 뜻으로 인해 부여받게 된 새로운 기회인 것이죠. 그 따뜻한 뜻에 보답하는 길은, 제가 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들을 돕고, 또 베풀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세상에 조금의 긍정적인 효과라도 낳을 수 있다면, 그것은 기증자와 그 가족의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 분명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까지도 구했던 그 위대한 영향력을 저도 조금이나마 이어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2019년 장기기증자 봉헌의 날 행사 이식수혜자 사연나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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